동네에서 중고거래하는 당근마켓. “중고나라같은 걸로 뭐 돈을 벌겠어?”
이젠 전국민 절반이 쓰는 기업이 됐고, 기업가치는 3조로 평가받습니다.
sms, mms 문자말고 인터넷 통해 공짜로 대화하는 서비스, 카카오톡
“이거 뭐 돈이 되겠어?”
2022년 기준 매출 7조, 기업가치 16조를 평가받은 기업이 됐습니다.
사람들의 시간을 뺏어 돈을 버는 비즈니스, 사람들의 지갑을 열어서 수익을 얻는 비즈니스. 크게 두 가지의 비즈니스가 있다고 했을 때, 우리는 사람들의 시간을 수익으로 연결짓는 비즈니스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플랫폼 형태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요청, 윤디자인에서 만드는 폰트와 연관이 없어도, 새로운 유저를 데려올 수 있는 서비스였으면 좋겠다는 요청, 그리고 그들이 재밌게 놀 수 있다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고 아이디어 기획을 시작했고, 여러 이해관계자분과의 미팅을 통해 서비스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시장 내에서 굳은 입지를 다져온 윤디자인. 글자를 넘어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하고, 새로운 매체를 다루려는 과도기에 들어온 저희 팀은, 아이디어의 시장성보다 우선 재미에 초점을 맞춘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금쪽같은 퇴근 후 시간과 주말을 유튜브에 투자하고, 인스타그램에 쏟아붇는 이유는 뭘까요? 그냥 재밌고, 보고싶은 게 있고, 친구들이 몰려있기 때문이죠. 저희는 그런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와서 재밌게 놀고, 재밌게 있다가 가면 된다. 그리고 나아가서 친구들한테 사방 팔방 알리면 성공이다. 저희는 이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는 기획안을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쉽게 나온 것 같지만…
기획안 문서 4번과 수많은 리서치를 거쳐 나온…기획안입니다.
“아이디어 괜찮은데? 말 되는데?”
사람들이 이 아이디어를 재밌어 할까요? 저희는 빠르게 검증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놈의 MVP…
Minimum Viable Product. 최소기능 제품으로, 우리가 가진 아이디어와 시장성에 대한 정말 최소한의 기능을 정의내리고 움직였습니다.
저희는 공격적인 실행 조직으로서 움직이는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아이디어가 좋은지 나쁜지는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결정해야한다는 믿음으로 움직였는데요, 듣기에 엉뚱한 아이디어도, 결국 사용자가 움직이면 좋은 아이디어라는 믿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당장의 수익도 좋지만, 결국 사람들의 시간을 뺏어오고 싶었기 때문에, 재미 요소들을 위주로 기능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여러분 저희가 대략 지금 설명드린 정도의 수준의 웹사이트를 만드는 데에 얼마의 비용과 얼마의 시간과 몇 명이 필요할까요?
위시켓 기준으로 최저가 약 500만원… 쇼핑몰 기능까지 한다면 최소 1천만원…한달 풀타임 개발자 인원 계약이다보니 계속 업무를 전달해주는 소통 시간… 디자인 및 화면 설계 시안 잡고…이 모든걸 진행하는 거라면 사실 최소 500만원부터 시작하는 단가에, 얼마나 늘어질지 모르는 불확실함까지 더한다면…끔찍한 비용과 시간이 투입될 수도 있었습니다.
여기서 우리의 구세주 웹플로우가 등장합니다. 이름 그대로 노코드는 코드없이 앱이나 웹을 개발을 할 수 있는 방식을 뜻합니다. 웹플로우는 그 중 하나의 플랫폼이고, 저희는 이 “MBTI 익명 방명록”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작동할지 검증을 해야했기에 단순한 웹 사이트 구축만으로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사서 고생의 시작이죠. 각 회원마다 방명록 도메인을 부여해주기 위한 멤버쉽 관리 툴 멤버스택, 글을 남기면 해당 방명록에 데이터가 넘어가도록 로직을 처리해주는 재피어까지 여러개의 노코드툴을 혼합하여 복잡하게 제작해야 했습니다. 사용자가 우리의 아이디어를 재밌어 하는지를 싸고 빠르게 보기 위해, 그들이 재미있어 할 만한 기능들을 나열하고 그 중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구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각디자인 학생으로서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할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프로토타입’에 대한 해석 차이이었습니다. 디자이너에게 프로토타입이란 완성된 디자인 시안을 결과물에 입혀보는 것으로 해석하고 소통되기에 그 놈의 MVP… 우리가 정의한 최소기능에 충실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도 내심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조금만 더 손을 봐야만 할 것같고, 이대로 보여주기에는 아쉬운 마음에 디자인 리소스를 더 들이니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고 지체되는 모습을 발견하고 있었습니다.
최대한 유사하게 완성될 형태를 짐작하며 가상의 결과물을 통해 수요를 예상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프로토타입’ 의미를 다시 한번 마음 속에 새기며, 곧바로 당일 퇴근하기 전에 배포했던 기억이 납니다.
노코드툴 요금제를 업그레이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저희의 걱정은 3일만에 김칫국이 되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친구가 공유한 방명록에 글을 남기고, 나도 방명록을 만들어 다시 친구들에게 공유하는 서비스의 바이럴 엔진을 활용할 수 있을 정도의 동력이 나오진 않았습니다. 즉, 회원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죠. 하지만, 방명록 작성율은 배포 전 저희의 예상보다 높은 유저의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친구에게 익명의 MBTI 방명록을 작성하고 싶다는 니즈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회원가입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아 나쁜 아이디어였다 라고 말하기에는, 유저의 활발한 움직임이 존재했기에 다소 성급하다고 판단되어 다음의 가설을 개선한 2차 MVP를 구체화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싸고 빠르게요.
위의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기존 회원가입 플로우를 개선하고, 모든 로직을 뜯어 고쳤습니다. 사서 고생한다의 피날레였죠.
회원가입의 허들이 높았던 것이 방명록 개설의 문제가 아니었을까 하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구체화하다, 마지막에는 회원가입을 없애버렸습니다. 자신의 인스타 아이디와 MBTI 정보만 입력하면, 방명록을 만들 수 있도록. 없앤 회원가입은 테마변경, 스티커추가, 폰트추가 등 놀이기구 이용권으로 액션을 변경하여, 우리의 아이디어가 사업적으로 장기적인 아이템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 시장성을 보려고 하였습니다.
그 결과, 방명록 개설자가 이전 버전 대비 약 2배 증가했으며 지인을 제외하고도 완전히 새로운 가입자 유치에 성공하였습니다. 방명록 작성률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26.7%로 목표 수치보다 높게 나타났고요.
약 한달동안의 개발기간과 0원의 마케팅 비용으로, 윤디자인과 폰코를 전혀 모르는 신규 인원 716명을 데려온 트래픽 성과 역시 아이디어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죠.
저희는 정확하게 숫자로 아이디어의 매력도를 정의하고, 지표 데이터를 기반으로 나름의 가설을 세우고 문제를 해결하였습니다. 성과도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의 수치화 역시 가능했고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어찌저찌 서울로 왔습니다. 엉뚱한 아이디어에 유저가 반응을 하고, 그 사람들의 시간 역시 뺏겠다는 목적 역시 성공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아이디어는 재미있다는걸 확인했으니 서비스로 확장시켜 사업적으로 운영해도 좋을 성공적인 아이디어였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희는 2차 프로덕트 배포를 마지막으로 바바 서비스 개선 종료를 제안했습니다.
반응 가설이란 시장이 아이디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가설로, 기준을 세워 이 아이디어가 성공인지 실패인지 확인할 수 있죠. 배포 전 저희가 검증을 위해 설정한 반응 가설입니다.
매력도를 보기 위한 방명록 개설과, 시장성을 보기 위한 회원가입을 분류했기에 가능한 검증 지표였습니다. 우리가 처음 유저의 반응 보고자 했던 이유는 그들의 시간을 뺏어 그 시간을 연결짓는 share of time에 대한 검증이었지만, 첫번째 가설부터 기준에 적합하지 못하다는 것을 볼 수 있죠. (지갑을 열 틈조차 내주지 않았네요)
쉽게 말하면, 사람들은 재밌어서 글도 쓰고 가입도 할 것이다! 라고 정의내린거죠. 우리는 유저들의 시간을 뺏어 결국 나중에 수익을 연결시키는, 앞서 말했던 share of time을 이루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지표는 놀랍게도 성공했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평균적으로 1.5배 더 재밌어 했어요. 웹사이트에 들어온 사람들의 1/3이 친구에게 방명록을 쓰고 갔습니다! 기준 150%초과달성이었죠.
그런데 문제는 새로운 가입자가 생기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다음날, 그 다음날, 다음주에도 다시 돌아오시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건 바이럴 계수로 생각해봤을 때 서비스 장기 운영에 심각한 문제를 주는 지표였습니다.
바이럴의 파급력이 복리로 일어난다고 쳤을 때, 1 이하이니까… 계속 곱해보면 이 얼마나 일어나는지 계산해볼 때 절대 파급력이 높지 않습니다. 특히 시간이라는 축을 더해보면 더 오래걸리는거죠.
단순히 ‘재미없어서' 실패라고 정의하고 운영을 종료한게 아닙니다. 한 과목에서는 100점이 나오긴 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 친구는 남들이 1년 공부한 성과를 내기 위해 최소한 4수, 5수를 해야하는 아이였기 때문에, 효율 측면에서 비효율이었기에 종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같은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 있어 MVP 수준이 아니라, 실제 최종 서비스 단위로 움직였다고 가정해봅시다. 먼저 서비스 기획이 얼추 마무리 됐다면 화면 시안 A, A-1, A-2, B, B-1, … 이렇게 시안과 스펙이 설정되면 본격적인 개발사 섭외와 화면 디자인을 진행하고… 섭외 후 프론트엔드와 백엔드 서버를 구축해서 한 두달 정도 투자해 웹사이트를 완성하고…천명, 만명에게 광고를 때려서 서비스 런칭을 알리고…런칭 후 버그를 고치기 위한 추가 비용, 디자인 수정을 위한 추가 비용, 트래픽을 늘리기 위해 시간과 비용, 인력을 넣어 마케팅 액션, 화면 수정, 서버 오류 해결 등등…
사실 실제로 저희 업무 과정에서 방명록이 작성되고 업데이트 되는 수준의 MVP.0.1의 초기 버전을 만드는데 들어간 시간은 약 5일. 실제 작업 시간으로는 24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회사 내외부에서 몇 명이 달라붙었어서 할 일을, 단 2명이서. 유저의 반응을 보는데까지 걸리는 제품 개발을 몇 달에서 한 달로.
총 비용을 500-600만원(인건비 제외)에서 30만원으로 단축해, 아이디어가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소위 ‘뇌피셜’, ‘레퍼런스’에서의 ‘외부 데이터’가 아니라, ‘우리 제품’에 대한 ‘내부 데이터’로 얻은 ‘실제 유저’의 반응을 통해서요.
물론 다 잘한 것만 설명하려고 하는 건 아닙니다. 사실 여기가 제일 중요한 부분일 것 같은데요. 실패를 통해 저희가 배운 점을 공유드립니다.
MVP 0.1 배포 초반에, 측정할 수 없는 지표를 잡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노출된 비율과 유입된 비율’이라는 지표가 있었습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공유하면 아래에 있는 눈동자가 ‘노출’, 그 스토리에서 실제로 웹사이트로 들어온 사용자가 ‘유입’인데, 저희가 알고 있는 건 유저의 팔로워수 밖에 없기에, 이 수치는 측정이 아니라 추정할 수 밖에 없는 수치였습니다. 이에 ‘방명록 개설자’와 ‘페이지 유입’ 등으로 지표를 수정하는 과정이 있었고, 이후 성과 분석이 깔끔하게 떨어질 수 있었습니다.
MVP 0.1 버전에서 구현 수준에 따라서 사용자의 사용 반응이 달랐습니다. 구현 성숙도의 편차가 있으면 성과를 측정하는 데 있어서 오염이 많을 것으로 생각되었기에 결국 MVP.0.2에서는 모든 기능이 작동 가능한 수준으로 수정하게 되었고, 보다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B2C 단위에서의 리텐션과 수익성은 실패했으나 B2B 분야에서, 기업 이벤트나 고객 이벤트 페이지로 활용은 충분히 가능한 서비스로 생각됩니다. 생일과 같은 이미 정해진 맥락 속에서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동적으로 움직이는 모바일 생일편지지’, 혹은 ‘폰트 테스트’ 같은 서비스로도 확장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서비스 개발, 운영, 관리는 저희가 내부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만큼 혹시 필요하시거나 디벨롭 의견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말이 길었습니다. 핵심은 될 것과 안될 것에 대한 가능성을 싸고 빠르게, 그리고 정교하게 숫자로 검증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업 내부에서 활용 가능한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는 점도 의의가 있습니다. 회사 내 똑똑한 분들의 경험과 노력, 그리고 시간을 아꼈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이렇게 폰트 디자인 회사에서 스타트업 방식으로 MVP를 제작하고 검증하는 지난 3개월간의 경험을 공유드리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앞으로의 윤캠퍼스타운 활동 역시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